길을 묻는 그대에게
길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대가 오고 내가 가면서
우리가 길이라 약속했을 뿐
이제는 그대가 떠나면서 길을 만들 차례다
누구와의 약속도 필요 없는
그대만의 길을 가라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물집 잡힐 때까지 걸어보고도
도대체 길을 모르겠다면
더 이상 길을 만들지 말자
그저 모두에게 약속된 익숙한 길만을 걷자
자연 속에서 자연스레 걷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터
누군가가 그러더군 입산수도는 쉬워도
속세수도는 정말 어렵다고
그래서 속세득도(俗世得道)가
훨씬 더 귀하고 아름답다고
- 길을 묻는 그대에게 / 변재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