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낮은곳으로 흘러서 바다가 됩니다
노자 철학을 한마디로 '물의 철학'이라고 합니다.
노자가 물을 최고의 선과 같다고 하는 까닭은
크게 나누어 세 가지 입니다.
첫째는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물이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것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로(雨露)가 되어 만물을 생육하는 것이
바로 물입니다. 생명의 근원입니다.
둘째는 다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투어야 마땅한 일을 두고도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도피주의나 투항주의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실천한다는 뜻입니다.
다툰다는 것은 어쨌든 무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목표 설정에 무리가 있거나 아니면 그 경로의
선택이나 진행 방식에 무리가 있는 경우에
다투게 됩니다.
주체적 역량이 미흡하거나 객관적 조건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과도한 목표를 추구하는 경우에는 그 진행
과정이 순조롭지 못하고 당연히 다투는 형식이 됩니다.
무리(無理)를 감행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지요.
쟁(爭)이란 그런 점에서 위(爲)의 다른 표현이고
작위(作爲)의 필연적 결과입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 못 되는 것을
노자는 '쟁'이라고 하였습니다.
『 손자병법 』에
'전국위상(全國爲上) 파국차지(破國次之)'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나라를 깨트려서 이기는 것은 최선이
못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전국, 즉 나라를 온전히 하여 취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뜻입니다.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작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은 결코 다투는 법이 없습니다.
산이 가로막으면 멀리 돌아서 갑니다.
바위를 만나면 몸을 나누어 비켜갑니다.
곡류하기도하고 할수(割水)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가파른 계곡을 만나 숨 가쁘게 달리기도 하고
아스라한 절벽을 만나면 용사처럼
뛰어내리기도 합니다.
깊은 분지를 만나면 그 큰 공간을 차곡차곡
남김없이 채운 다음 뒷물을 기다려 비로소 나아갑니다.
너른 평지를 만나면 거울 같은 수평을 이루어
유유히 하늘을 담고 구름을 보내기도 합니다.
셋째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물이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처한다는 뜻이며,
또 가장 약한 존재임을 뜻합니다.
가장 약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물입니다.
천하에 물보다 약한 것이 없지만 강한 것을 공격하기에
이보다 나은 것은 없으며 이를 대신할 다른 것이
없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이 '바다'입니다.
낮기 때문에 바다는 모든 물을 다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그 이름이 '바다'입니다.
세상의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물이 강한 것을
이길 수 있는 이유입니다.
연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기는 이유를 읽어내야 합니다.
- 신영복 교수님의 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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